리더의 첫걸음, 기술이 아닌 ‘공의 성질’을 이해하는 것

'리더의 첫걸음, 기술이 아닌 ‘공의 성질’을 이해하는 것'
탱고 리더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화려한 피겨(Figure)가 아닙니다.
그것은 마치 농구의 **‘드리블 연습’**처럼, 공의 성질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.
여기서 공은 곧 나의 파트너, 팔로워를 의미합니다.
많은 리더가 화려한 기술을 익히고 이를 팔로워에게 적용하려 애씁니다.
하지만 공 없이 하는 레이업 슛이나 드리블 연습이 실제 경기에서 무용지물이듯,
상대 없는 상상 속의 피겨는 현장에서 어긋나기 마련입니다.
내 손을 아무리 빠르게 흔든들, 실제 공이 그 속도와 궤적을 그대로 따라와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.
더군다나 농구공은 규격이라도 일정하지만, 팔로워는 저마다의 우주를 가진 존재입니다.
키, 몸무게, 근육의 사용법, 그리고 춤에 대한 취향까지 모두 다릅니다.
우리가 한 파트너와 3~4곡을 연달아 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.
첫 곡은 온전히 상대의 ‘질감’과 ‘성질’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며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시간입니다.
따라서 리더는 혼자만의 상상이 아니라, 팔로워와 ‘함께 움직이는 법’ 그 자체를 익혀야 합니다.
- 어떻게 해야 함께 안정적으로 빠르게 걸을 수 있는지
- 어떤 텐션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매끄러운지
- 리바운드의 에너지를 어떻게 주고받아야 더 깊은 울림이 있는지
이런 기본 원리가 중요할 뿐, 사실 걸음과 방향의 조합인 ‘피겨’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.
**레고(LEGO)**에 비유해 볼까요? 진짜 중요한 것은 ‘어떤 블록을 어떻게 견고하게 쌓아 올리는가’ 하는 기본 원리입니다.
설명서만 있으면 결과물은 언제든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.
팔로워와 함께 다양한 블록(기본 동작)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안다면,
세상 그 어떤 화려한 피겨도 설명서 없이 구현할 수 있습니다.
우리는 탱고를 출 때 동작의 시작과 끝을 분석하거나 패턴의 훌륭함을 평가하며 즐기지 않습니다.
그저 이 순간 흐르는 에너지를 느낄 뿐입니다.
리더가 복잡한 패턴을 성공시켰을 때 느끼는 환희는 때로 리더 혼자만의 기억 속에 남는 전유물이 되곤 합니다.
팔로워에게 중요한 것은 화려한 전개가 아니라,
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‘충만한 에너지’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.
결국 피겨는 블록을 쌓기 위한 ‘설명서’일 뿐입니다.
설명서대로 조립해냈다고 해서 그것이 예술이 되지는 않습니다.
진짜 탱고는 팔로워의 재질을 깊이 이해하고, 그 결에 맞춰 함께 에너지를 빚어낼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.